실리콘밸리 일부 인사와 국가안보 전문가들이 중국 기업의 AI 모델 디스틸레이션에 대응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가운데, 와이콤비네이터 게리 탄 CEO는 다른 입장을 밝혔다. 그는 11일 와이콤비네이터 연례 데모데이에서 CNBC에 증류 문제에 대해 "나라면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오히려 "미국판 증류 체제를 논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증류는 더 뛰어난 AI 모델의 출력을 이용해 작거나 성능이 낮은 모델을 훈련시키는 방식으로, 때로는 무단으로 이뤄져 오픈AI·앤트로픽 등 프런티어 모델 개발사의 주요 불만 사항이 돼 왔다. 앤트로픽은 문샷AI·딥시크·미니맥스 등 중국 기업을 지목했고, 오픈AI도 딥시크의 V3·R1 모델 구조가 자사 GPT-4·GPT-4o에서 증류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주 미 국가안보국(NSA)·사이버보안청(CISA)·연방수사국(FBI)은 증류를 주제로 한 공식 사이버보안 경고를 발표했다.
탄 CEO는 AI 모델 훈련에 쓰인 데이터 상당수가 저작권법 적용 대상일 수 있다는 점을 짚으며 오픈AI·앤트로픽의 증류 비판에 모순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뉴욕타임스는 2023년 오픈AI·마이크로소프트를 저작권 침해로 제소했고, 작가 단체는 2025년 앤트로픽과 유사한 소송을 합의로 마무리한 바 있다. 그는 규제 당국이 증류 단속보다 오픈웨이트 모델과 프런티어 모델 사이의 균형을 잡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런티어 모델이 가격 프리미엄을 유지할 수 있는 한, 오픈웨이트 모델이 자유와 접근성을 주는 지금이 "이상적인 상태"라는 것이다.
그는 최근 앤트로픽 연구원 제이컵 콕슨의 사임을 계기로 AI 실존적 위험에 대한 대중의 우려가 역대 최고로 치솟은 것과 관련해 "과학적 사실에 집중해야지 공상과학에 매몰돼선 안 된다"며 사이버보안처럼 당장 눈앞에 닥친 위험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앤트로픽은 같은 날 낸 보고서에서 정체불명 국가의 과학자 5명이 위험 병원체 연구에 클로드를 악용하려 한 정황을 포착해 접근을 차단했다고 밝혔다. 이번 데모데이에서 발표한 스타트업 196곳 중 149곳이 AI·머신러닝 기업이었다.